시민정치

[이민세 칼럼] 한나라, 선거에 드러난 민심 잘 읽어야

민세 만세 2010. 6. 11. 21:44

한나라, 선거에 드러난 민심 잘 읽어야 

 

[세계일보, 2010-06-10]

 

6·2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다양한 진단과 해법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 일부에서는 청와대 책임론과 정풍운동 등을 거론하며 선거 결과의 책임을 애써 외면하려는 듯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방식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선거에서의 패인은 청와대보다 한나라당에서 근원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 마땅할진대, 필자는 그 요인을 다음 3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민세 / 영남이공대학 경영계열 교수

첫째, 친이·친박 간 갈등이 가장 큰 패인이다. 국정운용에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집권 여당이 사사건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아 국민은 이제 진저리를 치고 있다.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에서 공천받은 후보가 낙선한 것은 이 같은 사정을 여실히 입증한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했는데, 한나라당은 정녕 이를 모른단 말인가.

둘째, ‘잘못된 공천’도 한 몫 했다. 지역 민심과 후보들의 역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기 식구 심자고 밀어 붙이다 보니 무소속 후보를 양산하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에서 전체 단체장의 30%인 9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는 것 아니겠는가.

셋째,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에 대한 이해부족 내지 전략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하지만 현 정권이나 집권여당이 거버넌스에 대해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는가를 돌이켜보자면 차마 말을 잇기조차도 꺼려질 따름이다.

진단은 이 정도로 마쳐도 좋을 듯싶다. 문제는 해법인데, 한나라당에는 7·28 재보선이 유일한 기회가 될 것 같다. 보수와 진보는 어느 사회든 균형점을 이뤄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진보권은 7·28 재보선에서도 ‘야권단일화’를 앞세워 올인 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불을 보듯 분명하고 뻔함)하다. 그렇다면 보수권도 합심해 7·28 재보선에서 올인을 해야 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형편이 분명 이러함에도 만일 한나라당이 7·28 재보선에서도 종전과 다를 바 없다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의 기대치는 고사하고 당장 국정 운용상에 걷잡을 수 없는 혼선이 초래돼 국민적 폐해는 물론 나라의 장래까지도 심각한 먹구름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정당정치의 참뜻은 분명코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려는데 있는 것이라는 점을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명심하고 또 명심하기를 촉구해 본다.

이민세 / 영남이공대학 경영계열 교수, 뉴라이트경기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