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세 칼럼] 정당 간 후보 단일화는 국민 모독이다.
<칼럼> 정당 간 후보 단일화는 국민 모독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주고 받는 흥정거리인가
[데일리안, 2010-7-23]
이 나라 정치판이 참으로 가관이 아니다. 6ㆍ2 지방선거에 이어 7ㆍ28 재·보선을 앞두고도 소위 야권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야당들은 신성한 정치판을 노골적으로 더럽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찍이 국민참여당 천호선 후보는 “민주당이 전남 광주 남구를 주면 은평을을 양보할 의향도 있다”면서, 한 술 더 떠 하지만 “지역별로 당세나 여론조사를 반영해 후보를 정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도대체 이게 뭐하자는 작태인가.
그런가 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번에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 되면 다음 재·보선에서는 경쟁력이 아닌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다른 야당을 배려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참여당 유시민 서울 은평을 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를 며칠 남겨두고 갑자기 민주당이 단일화에 큰 관심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야권의 맏형답지 못한 태도다.”고 비난했다.
이 무슨 국회의원 선거가 주고 받기를 흥정하는 장돌배기들의 놀이마당이라도 된단 말인가. 아니 어찌 보면 마치 공사발주 입찰과정에서 종종 빚어지고 있는 담합비리 실태를 사람과 장소가 바뀐 상태에서 공공연하게 국민이 목도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도 든다.
이럴거면 정당은 왜 필요한 것이며, 정당의 정체성 내지 존립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져야 한단 말인가. 정당 간 정책연합은 있을 수 있다지만, 정당 간 후보를 단일화 한다는 것이 어떻게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노릇이란 말인가. 이 나라 국민을 과연 뭘로 알기에 이 같은 대국민 모독 행위를 백주대낮에 버젓이 자행하기를 주저하지도 않는단 말이더냐.
이미 국민적 심판을 받은 전 정권의 실세들이 국가적인 선거를 앞두고 정당을 급조해 바람몰이로 민의를 왜곡시키고 선동을 일삼는 행태도 차마 보기에 민망하다 할 것이지만, 그래도 소위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이 이들과 부화뇌동하여 협잡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계략을 꾸미고 있음을 보자면 실로 측은지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때 일찌감치 여권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열했고, 이후 잇단 선거 참패와 지지율 급락으로 여권 내부의 분열이 가속화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의했을 때 민주당은 과연 어떠한 자세를 취했었던가. 극단적인 반발로 당·청 간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지 않았었던가. 그런데 지금에 와선 어떻게, 정체성이 다른 정당 간에 국회의원 후보마저 단일화 하겠다고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차후에는 대선 후보도 단일화 해서 그 후보가 당선되면 야권이 함께 어깨동무하고 통합정권의 위세를 떨치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더냐.
오로지 권력 장악에만 눈이 어두워 한나라당의 분파주의에 골똘히 영합하고, 이렇다 할 정책 대안 제시도 안하면서 그저 정부 정책에 적잖이 반대만을 일삼는 오늘의 민주당의 행태는 과연 그 정체가 무엇이며 누굴 위하자고 존립하려는지 조차도 헷갈리게 한다.
오늘도 목청이 찢어져라 외쳐대며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 국회의원 후보들을 바라보다 보면, 과연 우리 국민(유권자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지 몹시 궁금해진다.
글 / 이민세 (영남이공대학 경영계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