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세의 생활문화] 국내 동포에게 드림 : 도산 안창호
묻노니,
여러분은 우리 전도 희망에 대하여 비관을 품으셨습니까, 낙관을 품으셨습니까.
여러분이 만일 비관을 품으셨으면 무엇 때문이며
또한 낙관을 품었으면 무엇 때문입니까.
시세와 경우를 표준함입니까.
나는 생각하기를
성공과 실패가 먼저 목적 여하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세운 목적이 그른 것이면 언제든지 실패할 것이요,
우리가 세운 목적이 옳은 것이면 언제든지 성공할 것입니다.
그런즉
우리가 세운 목적이 옳은 줄로 확실히 믿으면
조금도 비관은 없을 것이요 낙관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역사를 의지하여 살피면
그른 목적을 세운 자가 일시일시 잠시적 성공은 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야 말고,
이와 반대로
옳은 목적을 세운 자가 일시일시로 잠시적 실패는 있으나 결국은 성공하고야 맙니다.
그러나
옳은 목적을 세운 사람이 실패하였다면
그 실패한 큰 원인은
자기가 세운 목적을 향하여 나가다가 어떠한 장애와 곤란이 생길 때에
그 목적에 대한 낙관이 없고 비관을 가진 것에 있는 것이외다.
목적에 대한 비관이라 함은 곧 그 세운 목적이 무너졌다 함이외다.
자기가 세운 목적에 대하여
일시일시로 어떠한 실패와 장애가 오더라도
조금도 그 목적의 성공을 의심치 않고 낙관적으로 끝까지 붙들고 나아가는 자는
확실히 성공합니다.
이것을 인류의 역사를 바로 보는 자는 누구든지 다 알만한 것이외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여러분께 고할 말씀은
옳은 일을 성공하려면 간단없는 옳은 일을 하여야 하고
옳은 일을 하려면 옳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을 깊이 생각하자 함이외다.
돌아보건대
우리가 왜 이 지경에 처하였는가.
우리가 마땅히 행할 옳은 일을 행치 아니한 결과로 원치 않는 이 지경에 처하였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우리는 옳은 목적을 세웠거니 하고 그 목적을 이룸에 합당한 옳은 일을
지성으로 지어나가지 않으면
그 목적을 세웠다 하는 것이 실지가 아니요
허위로 세운 것이기 때문에 실패할 것입니다.
옳은 일을 지성으로 지어나가는 사람은 곧 옳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나를 스스로 경계하고 여러분 형제 자매에게
간절히 원하는 바는
옛날과 같이 옳은 일을 지을 만한 옳은 사람의 자격을 가지기에 먼저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우리의 희망점을 향하고 나아가도
당시의 시세와 경우가 매우 곤란하다고 할 만 합니다마는
밝히 살펴보면
우리 앞에 있는 시세와 경우는 그리 곤란한 것도 아니외다.
그러나
나는 이 시세와 경우를 큰 문제로 삼지 않고
다만
우리 무리가 일제분발하여
의로운 자의 자격으로
의로운 목적을 굳게 세우고
의로운 일을 꾸준히 지어나가면
성공이 있을 줄 확실히 믿기 때문에, 비관은 없고 낙관뿐입니다.
우리 동포 중에 열 사람, 스무 사람이라도
진정한 의로운 자의 정신으로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면
장래 천 사람, 만 사람이 같은 정신으로 같이 나아가질 것을 믿습니다.
[동아일보, 1925년 1월 23-24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