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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총선 투표가 실시되는 9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제3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새삼 민주주의를 떠올려 보게 된다. 사전에 의하면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라고 되어 있다.
자고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그런즉 3.15 부정선거에 따른 4.19 혁명 내지는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국회의원 선거법을 제정하던 시절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지난 수개월에 걸쳐 우리가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우리 손으로 무사히 선출했다는 것이 그렇게나 자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중에 이번 18대 총선에서 그 투표율이 50%에도 현저하게 미치지 못했다는 보도를 접한 순간에는 온 신경이 마비되는 듯 하였음은 비단 본인뿐만이 아니었으리라.
그렇다면 18대 총선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가장 큰 것은 역시 우리 국민들 다수가 “시대적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내각 인선 파장과 한나라당의 공천 내분 양상 등에 대해 여론의 질타는 무척 매서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에 과반 이상의 의석을 내주었다는 것은 역시 안정적 국정운용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또한 두드러지는 것은 좌파의 몰락이다.
지난 정권에서 우리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에 표를 몰아주었고 민주노동당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4년 내내 국가보안법ㆍ언론관계법ㆍ사립학교법ㆍ과거사규명법 등 경제 성장과도 무관하고 국민적 정서에도 크게 어긋나는 법의 제ㆍ개정에만 치중하여 국정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저들의 이 같은 좌편향적 이념 추구 행태에 우리 국민들의 마음도 이제는 완연하게 돌아선 것이라 평가된다. 뉴라이트 계열의 신지호 후보가 김근태 후보를 상대로 당선이 되었다는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한편으로 이번 총선에서 별난 것은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공천 후유증이 컸다는 점이다.개혁공천이라는 구실은 좋았으나, 그 내용은 민심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친 박근혜계 후보들이 크게 선전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향후 이들과 한나라당간의 관계 설정에 있어 행여라도 다시 또 국민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있게 되지나 않을까 지금부터도 염려가 되는 대목이다. 다른 일면으로는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했던 수많은 활동가들이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거의 고배를 마셨다는 것도 시민정치 발전에 저해를 끼친 것으로 지적되어 마땅할 것이다.
한편 이번 총선이 정당정치의 후퇴를 가져왔다는 점도 살펴져야 한다. 대선과 맞물려 총선에 임하는 기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유권자는 고사하고 당원마저도 공천과정에 일체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지역에서 ‘후보자 초청 합동 토론회’를 개최하려 해도 유력 경쟁 후보 모두에게서 참석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즉 제도적으로는 토론회 개최가 보장되어 있지만, 현실화 단계에선 그 제도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일방적으로 제시된 정보만을 보고 투표장으로 내몰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살펴야 할 것은 소위 전략공천의 횡포다. 해당 지역에 연고도 없는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낙하산 태워 내려 보내거나, 아니면 스스로 자진해서 무연고지에 출마하는 형태가 소위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동작 을의 경우도 그렇고 은평 을의 경우도 넓게 보자면 정당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측면이 크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을 발전시켜주겠다는 명분으로 저들의 전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결코 기분 좋은 일이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더구나 무엇보다 그래가지고서 어떻게 지역의 유권자들이 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저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지역의 선량으로 바람직하다 할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이번 총선의 정당별 의석수 분포를 보자면 견제와 안정을 모두 고려한 황금분할이라고 할 만하다. 어느 일당의 독주나 발목잡기도 그리 쉽게 허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이번에 선출된 선량들로서는 자신들이 정치발전을 위한 시험 무대에 새로이 올려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만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빈자리의 주인은 당선자들 몫이지만, 이 나라의 주인은 하늘과도 같은 국민이라는 것을 항시 명심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모쪼록 앞으로의 국회는 갈등을 ‘조장’하는 곳이 아니요 갈등을 ‘조정’하고 융화하는 곳이 되게끔 애써 주기를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이민세 / 뉴라이트 경기연합 대변인, 고양시 정치개혁추진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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